책, 그림, 음악 에세이/그림이 있는 에세이326 말문 무슨 말인가를 하고 싶어서 입안에서만 머뭇거리는 말들은 나의 용단있는 결단을 내리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지만, 언제나처럼 혀위에서만 맴돌고 꼭 그런 기분은 내 머리칼을 쥐여뜯는 것과 같아서 결국은 아무말도 못하게 말문을 막아버리게 한다. 2003. 11. 26. 2020. 4. 24. 가을초입 하늘은 맑아 내 마음의 티끌을 비추는 듯 하다. 바람은 서늘하여 내가 가진 불온한 생각들의 불씨를 위태롭게 한다. 서서히 바닥에 나뒹굴게 될 나뭇잎의 정체는 곧 시들 것 같은 내 마른 영혼을 미리부터 보는 것 같다. 우두커니 서있는 것들을 바라보며 떠오르는 개념없는 생각들은 나를 성찰하는데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2003. 11. 2020. 4. 24. 노을 석양이 아름다울 때가 있다. 하루 해가 저물며 노을이 피어오르는 하늘에서 나는 나의 생을 보았다. 나의 인생의 길에서 내가 걸었던 행적을 더듬어 보았다. 멋졌다. 찬란했다. 아름다웠다. 쉽게 나올 수 없는 말들을 끄집어냈다. 말하기는 너무 쉬웠다. 그런데 그런 말들을을 인정하기는 어려웠다 2003.9. 2020. 4. 24. 감상 빗물에 그는 온몸이 젖어있다. 하지만 나는 그를 외면한다. 그는 언제나 내 체중만큼의 무게를 나를 위해 지탱해주고 있지만, 나는 그의 고마움이 정녕 다가오지 않는다. 나는 오늘 내리는 이 비를 창을 통해 바라보면서 새삼스럽게 그의 고마움이 코끝에 찡하게 느껴지지 않는걸 이상스럽게 여기지 않는다. 나는 그가 하는 일이 당연한 일쯤으로 여기고 있으며, 그도 당연히 내 체중을 떠받쳐주는 일을 부담되는 일로 여기지 않는 듯 하다. 나는 내일도 창밖으로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너의 의무가 내게 또 하나의 감상을 불러일으키겠구나,라고 생각하겠다. 2003. 11. 11 2020. 4. 24. 허수아비 소리없는 아우성들이 천지를 뒤흔든다. 분명 대기를 울리는 소리의 진동은 느껴지지 않지만, 어디선가, 아니 바로 그곳에서는 축제속의 즐거운 비명들이 울려퍼지고 있음을 안다. 그대들의 행복한 웃음과 미소들은 마음을 들뜨게 하여 흥이 절로 나게하고, 내 몸은 너희들과 한 무리에 섞여 어깨춤이라도 추고 싶어진다. 보잘 것 없이 걸친 옷들을 주섬주섬 챙겨있은 꼴이지만 부끄럼이 없어 그 허탈함이 좋다. 2003.11. 2020. 4. 24. 불면 밤은 깊어가는데 잠이 오질 않는 자정...의 시간에 깊은 사색에 잠겨 뭔가를 골똘히 생각해보려는데, 치우치는 생각은 마냥 언제나 똑같고, 나는 쇠뭉치를 단 것처럼 가라앉는 마음을 달래기 위해 바깥으로 나가 서늘한 여름 밤 공기를 마셔본다. 어느새 열대야는 사라졌고, 가을 냄새가 배겨있는 듯한 밤의 기운에 마음이 약간 들떠지는 걸 느낀다. 착잡한 마음... 허전한 기분... 뭔가를 잃어버리고 그걸 찾지 못해 허둥대는 심정... 오늘 밤도 이 생각의 굴레를 떼어놓지 못한채로 잠이 들것 같다... 2003. 10. 2020. 4. 24. 이전 1 ··· 37 38 39 40 41 42 43 ··· 55 다음 320x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