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림, 음악 에세이/그림이 있는 에세이326 말 그녀는 되는대로 막말을 하였는데, 그 말은 그녀 스스로 주워담을 수 없는 말이었고, 그 말을 듣는 상대 역시 그 말을 귀로 귀담아 듣기에도 거북스러운 말이었다. 말은 그대로 유리창에 부딪혀 산산히 부서졌으며, 실제로 유리창은 서서히 모서리에 실금이 가고 있었다. 2020. 11. 13. 글 이제 그림과 상관없이 아무런 글을 쓸 수가 있는데, 그림으로부터 자유로워진 글은 제멋대로 쓰여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글은 글을 쓰는 나로부터 완벽하게 일탈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걸 난 알 수 있다. 나는 글이 내 생각과는 정반대로 쓰여진다할지언정 글을 탓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글은 나와 분리하여 생각하여야 할 수준으로 올라왔다. 글은 글 자체로 독립적이며 나와 연계할만한 일말의 군더더기조차 남아있지 않다. 2020. 11. 11. 감정 나빠지려는 기분을 바로 잡은 건 다름아닌 나 자신이었다. 감정을 지배할 수 있게, 감정 따위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도록 나를 도와준 것은 나 자신이었는데, 이렇게 나 자신이 자신이 아닌 것처럼 보여질 때가 가끔 있었다. 내가 아닌 타자처럼 생각되는 나 자신은 실망스러울 때보다 멋지게 보일 때 더 강렬한 후광을 비추며 나의 존재를 확인시켜 준다. 2020. 11. 9. 자극적 자극적이고 더 자극적인, 더 자극적인 것보다 더 자극적인, 그것보다 훨씬 자극적인 무엇. 은근히 우리는 그걸 기대하고 있는게 아닐까. 2020. 11. 7. 겹문장, 이어진 문장 오늘은 문장을 자연스럽게, 질질 끌지 않고 명료한 방식으로 단순한 미학을 발휘하여 쓰고자한다. 이미 문장은 나의 의도를 알아채고 짧게 쓰여지기 위한 태세를 갖춘 듯 하다. 어떤 것이든, 어떤 현상이든 단순한 것이 아름답고 모던한 감각이 살아있는데, 문장도 마찬가지 같았다. 되도록 겉문장(안은문장) 안에 속문장(안긴문장)이 섞인 겹문장을 쓰지 않도록 주의하고, 또한 연결어미를 염치없이 사용하면서 이어진 문장을 계속해서 이어쓰는 습관도 조금은 자제해야할 필요가 있다. 주어와 서술어를 연결하는 목적어 하나 정도로 문장을 끝맺어야하겠다. 2020. 11. 5. 추위 날씨가 차가워졌는데, 바람이 불어서 그랬던 것 같고, 바람만 분다고 해서 날씨가 추워지는 것은 아니었는데, 어제 내린 비의 영향 때문인 것 같았고, 비가 내린 이유로 다음 날 날씨가 추워지는 것만은 아닌 것 같았는데, 둘 다 이유인 것 같았고, 동시에 둘 다 이유가 아닌 것 같았고, 그 둘과 상관이 있거나 없거나 오늘 아침에는 공기가 다소 쌀쌀하였다. 2020. 11. 4. 이전 1 ··· 24 25 26 27 28 29 30 ··· 55 다음 320x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