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림, 음악 에세이/그림이 있는 에세이326 매일 종이접기로 학을 접듯 꾸준히 하루에 한 페이지씩 글을 남긴다면, 어떤 일이든 매일 같이 똑같은 일을 반복하여 하게 되면, 가능하지 못한 일이라 하더라도, 일단 가정하여 생각하면, 책 한권으로 묶을 수 있는 분량의 글이 모아지게 될 것이며, 어떤 일이든 매일 같이 했던 일은 몸에 익혀져 아주 노련하게 그 일을 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 중요한 것은 분량이 아니다. 몸에 녹아들어 아주 숙달하게 일을 잘 하게 되는 것이다. 능숙하게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생겨난다는 말에 곧 해볼만한 일이 아니지 않겠냐는, 난데없이 의욕이 일어난다. 2021. 6. 22. 노화 내게 소리없이 다가와 겁주는 일들중에서 그나마 두렵지 않은 건 나이를 먹는 것이다. 다들 아무 말 없이, 이렇다 할 저항 없이 잘 먹고 있다. 나 역시도. 그러나 두려운 사실이 있다. 신체와 장기가 노화가 된다는 것. 늙는다는 것은 기능이 제구실을 잃고 서서히 병이 든다는 것이다. 노후화가 되어 고장나버리는 날이 돌아올 거란 걸 그냥 순순히 지켜보라는 건 가혹한 일이다! 2021. 6. 15. 두통 아침부터 나를 괴롭히는데는 두통만한게 없다. 머리가 아플 때는 어떤 일도 할 수가 없고 어떤 생각도 할 수 없게 된다. 두통은 그 점을 노린다. 바닥에 누워 몸을 웅크린채로 오직 두통에 집중하게 된다. 두통이 바라는 바다. 두통만 생각한다. 두통이 지금의 전부인양. 2021. 6. 13. 여름2 여름은 얼음이 생각나서 여름인 것 같다. 여름은 열매 따위가 열려서 여름인 것 같다. 여름은 문을 열어야 시원하여 여름인 것 같다. 여름에는 그 말 속에 더위라는 뜻은 없는 것 같다. 더위로 인해 찾게 되는 것과 행해지는 행위를 가리킨다. 2021. 6. 12. 바람 부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좋다. 특히 여름에 비를 몰고 오는 바람은 멀리서 날 만나러 오는 친구 같다. 그래서 반갑다. 바람 친구는 얼굴의 감촉으로 느껴진다. 민소매로 드러난 어깨와 팔에서도 친구의 존재를 느낀다. 창밖으로 친구가 지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괜찮다. 나뭇잎을 날리고, 비닐봉지를 허공에 날리며 자기가 왔다는 것을 굳이 생색낸다. 나는 친구의 생색을 기쁘게 받아준다. 내가 그런 넓은 아량을 베풀어줄 수 있는 건 유일하게 바람뿐이다. 2021. 6. 10. 일 일하지 않으면 먹지도 마라, 는 말은 탱자탱자 놀며 시간을 축내는 이들을 아주 매섭게 질책하는 말이다. 이 말은 질책 수준에 머무는게 아니라, 사람이 먹고 사는 일인데 먹지 마라니 할 말을 다 한 셈이다. 먹을려면 그 댓가로 일을 하라는 것인데, 어쩔때는 먹고 싶지도 않아서 아무 일을 하지 않아도 떳떳한 때가 있다. 그래도 그런 때보다 먹고 힘을 써야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아 가만히 누워있기만 할 수는 없다. 그런때는 적당히 먹을 양을 조절하여 적당히 힘을 쓰면 된다. 그러면 어느 쪽이든 공격은 피할 수 있다. 2021. 6. 6. 이전 1 ··· 18 19 20 21 22 23 24 ··· 55 다음 320x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