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림, 음악 에세이/그림이 있는 에세이326 (1일 1글) 더위 더위란 것은 아무 생각이 없다. 따뜻함을 넘어서는 순간 더위를 상냥하게 다소곳이 마주할 수 없게 된다. 더위에게 불쾌한 표정을 감출 수가 없는데, 더위란 감정이 없어서 사람들의 표정을 읽지도 못한다. 더위가 생각이란 걸 할 수 있다면 오늘처럼 생각없는 짓을 하지는 않으리라. 2021. 6. 30. (1일 1글) 장마 7월부터 장마가 시작된다, 고 한다. 보통 다른 해보다는 1~2주 정도 늦는 편이다. 그런데 장마가 언제 끝날지는 모른다, 고 한다. 장마전선이 이제 올라오는 낌새가 보이니 1주일전에 예보가 가능했나보다. 기상이변이 종종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이다보니 장마가 언제 끝이 날지는 그때 가봐야 안다, 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날씨를 때려 맞추는 일은 감히 어려운 일이다. 슈퍼컴퓨터의 인공지능으로 분석해도 에라 모르겠다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2021. 6. 29. 정으로 다듬다 나의 취약하게 모난 부분들을 더듬어 보며 하나씩 하나씩 내 앞에 꺼내놓고 정으로 두드려 다듬어보는데 워낙에 세월에 굳어져 곧이곧대로 되지 않는다. 근성이 부족하여 이대로 낙심하고 마는데, 한번 포기하고 말면 두번 다시는 재기할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이 올라온다. 원래 단단한 돌은 한방에 깨뜨릴 수는 없는 법이다. 수없이 정으로 쪼아서 구멍을 만든 다음 둔치 같은 걸로 한방에 짜개 버리는 것이다. 근성과 끈기가 부족하다면 이참에 길러서 끈질기게 정으로 다듬어보아라. 내가 닳아서 없어지더라도. 2021. 6. 29. 일기예보3 오늘 오후에는 정말 소나기가 소나기답게, 소나기 다운 면모를 잃지 않고서 힘차게 쏟아졌다. 양동이로 퍼붓는다는 말이 맞게. 잔뜩 새까만 먹구름이 땅을 향해 중력의 속도로 추락하는 것 같은 위세였다. 쏴아아악. (정확히는 이런 소리는 아니다.)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어도 소나기의 존재감이 느껴진다. (주변의 소음은 당연히 묻힌다.)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아스팔트, 흙, 지붕 등에 내려 꽂는 소리는 가슴속을 시원하게 해주는 것만 같았다. 뭔지 모르겠지만 기분도 슬슬 풀린다. 오늘은 일기예보가 맞았다. 그러나 우산은 필요하지 않았다. 우산을 받고 나갈 일이 없었다. 소나기한테 약오르는 일이 될테지만, 나는 창문을 빼꼼히 열고 고개를 내밀어 소나기를 바라만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2021. 6. 28. 일기예보2 일기예보를 듣고 따라하지 않은게 현명했다. 우산은 현관의 우산꽂이에 그대로 꽂혀있다. 비는 끝내 오지 않았다. 소나기 구름도 하늘에서 만들어지지 않았다. 정각 2분전. 라디오에서는 일기예보를 알린다. 전국 곳곳 많은 지역에서 우발적인 소나기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라고 예보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서 있는 이 곳에는 우발적이든 산발적이든 소나기가 내릴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오후가 지나 저녁이 되어도 말이다. 이대로 가다간 일기예보는 먼나라의 기상 소식 정도로 받아들여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2021. 6. 25. 일기예보 비가 내린다고 했던 일기예보가 3일간 계속해서 어긋났다. 용케 나는 우산을 준비하지는 않았다. 3일 모두 오후에 들면 소나기가 내릴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런 점에서 나는 소나기라면 얼마든지 피해갈 수 있다고 자신했던 것 같다. 그래서 우산은 필요 없다고 생각했고, 만약 소나기가 내린다면 창밖으로 소나기가 내리는 요란한 풍경을 잠시 감상하면 되었다. 그런데 비는 내리지 않았다. 비 맞을 일이 일어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일기예보에 실컷 농락당한 기분이 들었다. 기상청은 내일 또 비소식을 알리고 있다. 믿어야되나 말아야되나, 하는 갈등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내일도 나는 우산을 챙겨가지는 않을테다. 2021. 6. 24. 이전 1 ··· 17 18 19 20 21 22 23 ··· 55 다음 320x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