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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3

[Vladimir Volegov] 책이 있어서 책을 보는게 아니다. 소싯적에는 킬링타임으로 책을 보았다. 집에서 혼자 놀게 없었던 나는 밖에 나가 누군가와 섞여 노는 대신 책으로 시간을 보내었던 것이다. 그렇게 깨알 같은 활자들과 시름하면서도, 시간 가는 줄 모른 채 아니 지루한 시간을 견뎌내며 책을 보았다. 그런 어릴 때의 습관이 나이가 들어서도 변하지 않았다. 웃프다. 책을 보는 게 마음이 편해지는 것으로 알고 허구한 날 책을 붙잡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제는 한술 더 떠 어느 누구라도 책 보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매혹적이지 않을 수 없다. 그림 속의 여인처럼 책에 몰두해 있는 모습은 너무나 아름답다. 당연히 책이 좋기는 하지만 책을 보는 대상의 모습에서 책이 주지 못하는 달달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니 얼마나 황홀한 일인가. 이런 극찬까지 하는 것 봐서는 얼마남지 않.. 2019. 4. 15.
[Richard Van Mensvoort ]봄은 겨울을 그리워하게 한다. 봄꽃들이 차례를 기다렸다는듯이 피고지고를 한다. 바람도 차가워졌다 따뜻해졌다 배턴을 주고받고하다가 이윽고 따스한 바람만 불게될 터이다. 이런 봄의 잔치가 한창일 때, 나는 겨울이 그립다. 쫓기듯이 물러서버린 겨울이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다. 2019. 4. 14.
채사장,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이 책에서 글쓴이의 생각과 나의 생각사이에는 차이와 다름이 있었음에도 내면의 대화에 침잠하며 삶을 관조하는 태도에서는 비슷한 면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을 비록 속독의 스피드로 읽기는 했지만 끝까지 기분좋게 읽어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보통인에게 없는 대단한 깨달음에 대해 서술한 내용이 아니어서 부담이 없었고, 그래서 허망한 인생의 끝을 알고 걸어가는 이의 발걸음마냥 가볍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그런 가벼운 이야기들이 불편함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런 가벼운 발걸음은 쉽게 흉내낸다고 해서 따라할 수 있는 성질이나 모양의 것이 아니었고, 오랜 성찰과 사색에서 구해질 수 있는 그리고, 숱한 실패와 낙담에 상처가 곯아 아문 적이 있는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담백하게 숙성된 이야기였다. 세상을 .. 2019.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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